김세중 개인전
페이지 정보

본문
전시회 설명
빛과 기억의 흐름
매일 아침, 빛이 내 작업실 창문을 지나 한순간 바닥에 머문다. 그리고 조용히 사라진다.
사라지는 것을 붙잡을 수 있을까?
나는 빛의 위치를 기억하기 위해 유화 물감을 층층이 쌓는다.
마르지 않는 그림처럼, 한 겹 한 겹 시간이 쌓이고,
사전의 페이지에 남겨진 흔적,
기억에 새겨진 지식 위에 흐르는 감각,
빛이 닿은 모든 곳에서 사라진 것이 다시 태어난다.
내 작업에서 빛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넘어 시간과 기억이 물질화된 개념을 담고 있다. 내 물감 덩어리들은 단순한 색채의 집합이 아니라 지나간 순간을 포착하려는 화가의 반복된 손길의 흔적이다. 그리고 다시 빛이 스치며 또 다른 기억을 더한다. 사라지는 것과 남는 것, 유동적인 것과 응집된 것 사이의 긴장이 캔버스 위에 어우러진다. 그렇게 내 작품은 쌓이고 사라지는 기억의 흐름을 기록하는 장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