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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주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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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사아트센터
댓글 0건 조회 102회 작성일 25-08-1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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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주 개인전

전시명 박길주 개인전
부주제 불가능한 어떤 것을 채우기 위한 당신의 바탕
전시장소 B1F 제1전시장
전시기간 2025. 08. 21 - 2025. 09. 08
작가 박길주
전시관 제주갤러리

전시회 설명

 어린 시절,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재였다.

풀잎 하나, 바람 한 줄기, 햇살의 기울기까지도 경이로웠고, 감각은 말보다 먼저 반응했다.

그때의 우리는 자연과 따로가 아니라 함께였다.

그러나 도시에서 자란 내게 그런 풍경은 실재라기보다 마음 깊이 새겨진 그리움에 가까웠다.

닿고 싶었지만 손에 잡히지 않던 초록의 감정.

그러다 제주에 와서야 비로소 풀의 냄새, 흙의 온도, 바람의 결을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작업 <숨결마다 싱그러움이>는 그 감각들을 붙잡고자 하는 시도다.

여섯 폭의 큰 화면 속, 푸르른 풀밭에 놓인 흰 형상의 아이들은 내 안에 남아 있는 순수의 은유이며, 자연과 상호작용하던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그들은 말하지 않고, 설명하지 않으며,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고 반응한다.

바람에 스치는 풀처럼, 나무 그림자 아래 앉아 있는 사람처럼.

나는 이 풍경 안에 나 자신을 놓고 싶었다.

풀잎들에 둘러싸여, 아무 말 없이 함께 살아가는 평화로운 세계.

어쩌면 그것이 나만의 에덴이자,

우리가 잃어버렸지만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감각의 상태일지도 모른다.

 

이 감각의 연장선에서, 나는 산책하듯 자연을 거닐며 마주한 순간들을 조용히 캔버스 위에 옮겨보았다.

<숨결마다 싱그러움이> 속에서 감지되는 미세한 감정들과 교감의 잔상들을 따라가며, 그 풍경의 안쪽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었다.

아침 7시의 빛과 공기, 몸과 마음이 가장 민감해지는 그 시간의 결을 기억하며, 30호 화면 위에 여섯 개의 장면을 다시 채워나갔다.

그림은 일종의 감각의 기록이고, 또 다른 감각으로의 초대이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풀잎이 흔들리는 방향을 따라 눈을 움직이고, 바람의 결을 따라 마음을 움직인다.

그렇게 자연의 결을 따라 교감하다 보면, 그림은 나를 말보다 앞선 감각의 세계로, 그리고 마침내 내 안의 신에게 닿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