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부엉이의 칸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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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부엉이의 칸타타
전시명 | 베란다 부엉이의 칸타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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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주제 | |
전시장소 | B1F 제1전시장 |
전시기간 | 2025. 10. 02 - 2025. 10. 27 |
작가 | 박정근 성상은 양화선 이용원 |
전시관 | 제주갤러리 |
전시회 설명
정현미 (제주갤러리 큐레이터)
과거 인간에게 자연은 우리를 안내하고 보호하는 존재였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하늘에 기도했고, 별은 길을 안내했으며, 바람과 나무는 계절과 마을을 지켰다. 인간은 자연을 배경이 아닌 삶의 일부로 느끼며 살아갔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자연을 ‘풍경’이라 부른다. 그것은 보기에 적당하게 다듬어지고, 감상과 소비의 대상이 되었다. 자연을 향한 경외는 멀어지고, 우리는 자연을 잃은 것이 아니라 자연을 바라보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자연은 더 이상 우리를 감싸주지 않는다. 무너진 생태계, 도시로 쫓겨온 생명들, 아스팔트 틈새의 풀, 베란다의 제비, 가로등 아래 나방들 … 자연은 조심스럽게 존재를 드러내지만, 겨우 살아남은 흔적처럼 보인다.
《베란다 부엉이의 칸타타》는 자연이 어떻게 ‘풍경’이 되어왔는지를 살피고, 그 과정에서 지워진 것들을 응시하는 전시다. 감춰진 풍경, 들리지 않는 목소리, 익숙하지만 낯선 이미지들을 다시 불러내며 잊고 지냈던 생태적 감수성을 되짚는다.
이 전시는 자연을 회복하거나 복원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잘려나간 자리와 지워진 흔적을 기억하며, 결핍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다시 존재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자연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고유한 권리를 지닌 존재로 인식하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관계를 상상한다.
우리는 자연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일부로 살아가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 인간 사이에서 배려하고 위로하듯, 자연에도 그런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자연과 인간을 함께 지키는 길이다.
자연 앞에서 우리는 어떤 인간으로 살아가야 할까. … 아주 작은 생명의 흔적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있는 연결을 발견하길 바란다. … 우리가 놓쳐온 관계의 회복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베란다에 부엉이 한 마리가 날아든다면, 그건 우리가 잊어가고 있는 자연의 목소리를 전하러 온 존재일지 모른다. … 인간과 자연이 조심스럽게 화음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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