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홍익여성한국화회展
제4전시장
2013. 06. 26 ~ 07. 01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홍익여성한국화회展》

1949년에 창설된 홍익대학교 미술과는 이화여자대학교 미술과(1945), 서울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1946), 조선대학교 예술과(1946)와 함께 해방 이후 대학에서의 본격적인 미술교육을 담당하였다. 미술교육기관을 통해 배출된 세대들은 서구적인 미술교육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의식을 모색하면서 현대 미술을 주도해 나갔다.

홍대 ‘동양화’ 전공의 초기 교수진은 이상범(李象範, 1897-1972), 김기창(金基昶, 1913-2001), 천경자(千鏡子, 1924- )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전통 산수와 채색 중심의 인물, 화조를 중점적으로 다루어 홍대 출신의 경향은 수묵산수와 채색화조 계열로 크게 이분되는 경향을 보였다. 해방 후 홍대에서 전통화단의 1-2세대에게 그림을 배우고 배출된 작가들은 근대 도제교육을 받고 성장한 그들의 스승들과는 달리 다양한 교육과정으로 여러 교수진에 의한 현대 미술교육을 받았다. 체계적인 대학교육으로 새로운 조형의식과 가능성을 획득할 수 있었던 작가들은 1970-80년대에 이르러 괄목할 만한 활동을 보여 주었고, 홍대 동양화과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거듭하며 수묵채색화의 활로를 모색해 나갔다.

홍대 동양화과 동문들이 그룹의 형태로 움직임을 보인 것은 1960년대부터이며, 상호친목도모 형식으로 출발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멤버가 교체된 가운데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홍대 동양화과의 가장 이른 시기의 결집은 1963년에 창립된 신수회(新樹會)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다양한 화풍이 공존하고 친목적인 성격을 띤 그룹이었다. 신수회의 결성은 1960년대에 미술계의 어느 분야보다도 전통의 창조적 계승과 새 시대에 걸맞는 현대화(現代化)로의 전환이 필요했던 수묵채색화단을 풍성하게 해 주었다.

홍대 동양화과 출신들로 구성된 창립전은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잇달아 개최되기 시작하였다. 1972년에 시공회(時空會), 1975년에 창조회(創造會)와 춘추회(春秋會), 1978년에는 홍원회(弘院會) 등이 창립되어 많은 동문들을 수용함과 동시에 친목을 도모해 왔다.

수묵채색화단의 구성이나 전시 성격 등에서 다양화 현상을 보였던 1980년대에는 보다 많은 그룹들이 활발한 활동을 보였으며, 각 출신 학교를 중심으로 한 동문전 성격의 전시가 이전에 비해 급격히 증가하였다. 홍대 동양화과 역시 동문들이 주축이 되어 다양한 전시를 개최하였고, 당시 이러한 전시들은 수묵채색화단 내 청년세대들의 의욕적인 움직임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1980년대에는 1960-70년대에 이미 결성되어 있던 그룹들이 정기적으로 전시를 개최하였으며, 특히 1983년에 신묵회(新墨會)가 창립하면서 홍대 동양화과 출신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이 다시 한번 주목되었다. 이들은 전통 재료인 지필묵으로 수묵의 표현양식을 모색하면서 관념화되고 전형화된 전통 산수를 실경산수(實景山水)로서 그 가치를 회복하고자 하였다.

1996년 일민미술관에서의 창립전을 시작으로 올해 17회를 맞이하게 된 《홍익여성한국화회展》은 홍대 동양화과 동문들로 구성된 그룹이 1960년대 이래 꾸준히 그 맥을 이어오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는 전시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전시는 수묵채색화단, 넓게는 미술계에서 여성 작가들이 표출하고 있는 예술세계를 발견해 내고 그 가치를 진단해 보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홍익여성한국화회展》은 수묵채색화단의 여성 작가들이 동일한 장소와 시간 속에서 장르와 연령을 넘어 함께 만든 전시이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은 대체로 전통적인 매재(媒材)를 사용하는 회화적 접근을 보여 주고 있으며, 구상적인 경향에서부터 반추상, 추상적인 경향까지 다채로운 작업을 선보인다. 이들의 화풍은 종래의 표현방법을 변형·조화시키면서 소재와 조형상의 탐구를 꾀하고, 각종 재료에 의한 실험을 시도하면서 다각적인 시각의 회화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현대 미술에서 작가들은 작품이라는 형식을 통해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고, 저마다의 경험과 체험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한다. 이것은 작가들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구조 속에서의 다양한 생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되는 감정의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특히 여성 작가로서의 시각과 이들의 작품 활동은 여성이 겪는 고유한 삶의 반영이며 여성들만이 소유하고 있는 감성의 표출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홍익여성한국화회展》은 여성 작가들이 스스로를 발견해 나가는 기회가 되며, 자신의 삶의 의미를 만나는 장(場)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의 계보를 잇는 홍익여성한국화회가 한국 여성미술의 특성과 현주소를 가늠해 보고, 오늘날 수묵채색화단의 현상을 조망하게 해 주는 그룹 중 하나라는 점에서 한국현대미술사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게끔 한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한 여성이 아내이자 어머니로 딸로, 누군가의 선생으로 학생으로서의 관계에서 벗어나, 자신만이 존재하는 세계로 깊게 몰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홍익여성한국화회展》이 여성 작가들에게 현실적 제약에서 벗어나는 자유의 공간이 되길 바라며, 이들의 작품 활동도 형형색색의 불꽃으로 힘차게 뻗어오르길 기대한다.

이 정 진 (미술사, ’03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