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최경미 개인展
제3특별관
2015.11.11-11.16

보이지만 볼 수 없는 것들 …, 말하지만 들을 수 없는 것들 …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이 존재들은 분명 자신들의 독특한 모습과 소리를 갖고 있지만, 너무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는 탓에 이들의 존재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다. 도시의 분주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멈춰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는 것은 다름이 아닌, 길을 걷다 마주치는 꽃 한 송이, 언제나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는 나무들이다. 어김없이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만개하고, 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문득 ‘망중한(忙中閑)’의 호사를 누리게 된다.

나의 작업 속에는 꽃과 나무 같은 식물과 이들과 어우러진 달팽이, 벌, 잠자리 같은 곤충들이 등장한다. 그것도 아주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어찌 보면, 이러한 모티프들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으며, 표현 또한 특이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내게 특별한 존재들이다. 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존재들이자 내가 말하고 싶은 것들을 담아낼 수 있는 매개체들이다. 때문에 이들을 아주 면밀히 관찰하여 이들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동시에 이들이 나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들을 나의 작업을 통해 표현하고자한다. 얼핏 사소해 보이는 존재들을 작품의 모티프로 삼아서 자연, 나아가 삶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자연과 소통하려는 나의 작업들은 내게 있어 편안히 머물고 거닐 수 있는 안식처와 같은 쉼의 공간들이다. 내가 꿈꾸는 달콤한 일상들을 금속 작업을 통해 서사적이며 서정적으로 그려내려고 한다.

우리의 삶속에 언제나 함께 존재하는 자연을 관조적으로 바라본다. 보이지만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고, 말을 하고 있지만 들을 수 없는 것들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다. 이는 자연과 소통하는 나의 방식이기도 하다. 자연과 나누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금속작업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자연의 이치를 삶의 방식에 연계시키고, 자연의 이치와 조응하는 삶의 형식을 작품 안에 표현하고자 한다. 자연이 주는 심미적인 아름다움과 내면의 순수한 감성을 표현하면서 자연적인 삶으로의 회귀를 꿈꾼다.

-2015.10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