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희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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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설명
이난희 개인전 백화(百花)에 부쳐
- 그 많던 맨드라미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중략)
유년 시절부터 쌓아 올린 관찰과 사색의 힘은 결혼과 육아라는 휴지기를 거쳐 한 사람은 소설가로, 한 사람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길로 이끌었다. 가슴 한쪽에 키워온 두 소녀의 애틋한 갈망이 다른 듯 닮았다.
이난희 작가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놀이이고 생각의 표현이고 남들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말과 같은 도구다. 유년에 보았던 자연과 현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꽃과 나무가 주된 작업의 소재라는 것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시간을 더하면서 재료나 표현기법, 그림의 형식에 차별을 두고 있을 뿐이다.
(중략) 작가의 이번 개인전 주제는 ‘백화(百花)’이다. 수많은 꽃을 그려 선보인다는 의미이다. 작가가 즐겨 그리는 맨드라미 꽃에도 백 가지의 다른 표정이 보인다. (중략) 같은 맨드라미라도 작업의 연륜을 더하며 점점 표현이 단순해지고 있다. 열정으로 만난 청춘의 맨드라미가 닭벼슬 모양의 빨간 꽃을 섬세하게 한 올 한 올 곧추세웠다면, 이제 고희를 넘긴 작가의 맨드라미는 한지에 수채화로 많은 걸 생략한 단순한 붓질로 마무리된다.
작가는 꽃을 그리돼 보이는 사실에 충실하기보다는 그림을 바라볼 때 느낀 마음가짐에 주목한다. 다음에 관심을 갖는 것은 색채다. 보색의 느낌을 살리고 전체적인 조화를 위해 표현하고 싶은 의지에 따라 색채를 조절한다. 이 작업 과정을 통해 작가는 한없이 고요해지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꽃을 관조하고 음미하며 사색하는 과정이 작가가 만들어 낸 ‘그 어떤 맨드라미’로 태어나는 것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캔버스에 유화로 그림을 그려왔다. 언젠가부터 맑고 투명한 수채화에 매력을 느낀다. 유화와 다르게 수채화는 감각적이고 경쾌한 느낌을 주어 그린 이의 감정이 잘 드러나는 재료라고 생각한다. 한동안은 이 수채화에 몰두할 것 같다.
(중략) 작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형식을 고민하고 시도한다. 수채화와 한지의 만남은 작가에게 또 다른 경이이다. 물을 머금은 수채화가 한지에 다가가 스며드는 번짐의 아름다움에 빠져들듯이 작가는 앞으로 또 어떤 미학에 빠져들지 알 수 없다. 백 가지로 표정을 달리한 꽃이 화답할 차례다.
김정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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